냐냐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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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 Log (9)
  1. ! [뒤늦은 진심] 이제 내 마음대로 하게 해줘 그 말이 지새벽의 이성을 끊어놓았다. ‘나는 오빠한테 아무것도 아니잖아.’ 그 한 문장은 지난 10년의 모든 순간을 요약하는 잔인한 결론이었다. 그의 장난에 웃고, 그의 무심함에 울고, 그의 곁에 머물기 위해 스스로를 지워나갔을 그녀의 시간이 담겨 있었다. 그 모든 것을, 그는 이제야 알았다. 지새벽은 대답 대신 실소했다. 어깨를 붙잡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도 잊은 채, 그는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웃음소리는 없었다. 그저 가슴팍이 잘게 들썩이며, 터져 나오는 숨이 비웃음처럼 새어 나왔다. 미친놈. 권유연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 10년 동안 바로 곁에 있던 이 아이의 마음 하나 알아채지 못한 자신이 끔찍하게도 우스웠다. 지새벽|아무것도 아니라고? 천천히, 그가 고개를 들었다. 붉게 충혈된 .. 2026.08.06
  2. ! [너의 시간] 못 해. 그렇게는. 그녀가 손을 뿌리치는 순간, 지새벽은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목을 놓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뒷걸음질 치다 소파 테이블에 부딪히는 것을 보며, 그는 잡고 있던 손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더 이상 물러서지 못하게, 도망치지 못하게. 그녀의 말이 비수처럼 날아와 박혔다. 미안해서 온 거면 됐다고. 신경 쓰지 말라고. 그 말은 마치 너와 나 사이에는 이 정도의 감정 소모도 사치라는 뜻처럼 들렸다. 죄책감은 너를 더 비참하게 만들 뿐이라는 말에, 지새벽은 결국 참지 못하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비참? 지금 누가 누굴 비참하게 만들고 있는데. 지새벽|놔달라고? 그가 잡고 있던 그녀의 손목을 끌어당겼다. 휘청이며 한 걸음 끌려온 권유연이 놀라 그를 올려다봤다. 엉망으로 젖은 눈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2026.08.06
  3. ! [고백] 문 열어줘. 제발. 중학생. 10년. 오빠. 그 단어들이 귓속말 창에 박히는 순간, 지새벽의 세상이 정지했다.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가락도, 화면을 응시하던 눈동자도, 심지어는 불규칙하게 오르내리던 숨마저도. 모든 것이 얼어붙었다. 권유연. 그 이름이 머릿속을 강타했다. 게임 속 닉네임이 아니라, 현실의 ‘권유연’. 어색하게 반찬통을 건네던 얼굴. 어릴 적부터 늘 근처를 맴돌던, 작고 조용하던 그림자. 그 모든 파편들이 순식간에 하나의 형체로 맞춰졌다. 화면 너머, 이 절절한 문장들을 타이핑하고 있을 그녀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귓]냐냐냥: 움직이지 말고 거기 그대로 있어』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미련 없이 ‘게임 종료’ 버튼을 눌렀다. 암전되는 모니터 위로 멍한 제 얼굴이 비쳤다. 지새벽은 의자를 박차고 일어.. 2026.08.06
  4. ! [의미] 적어도 지금까지는 모니터를 가득 채운 귓속말이 지새벽의 눈동자에 박혔다.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당신한테는. 날카롭게, 마치 그의 속을 들여다본 것처럼 정확하게 폐부를 찔렀다. 그는 순간 숨을 멈췄다. 할 말을 잃은 건 아니었다. 그저, 이다음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렸을 뿐. 의미? 당연히 있었다. 사사게에 박제되어 길드 이미지가 구겨지는 걸 막아줬고, 귀찮은 해명 절차를 건너뛰게 해줬으며, 무엇보다 이 모든 소동의 중심에서 자신을 향한 비난을 정면으로 막아섰다. 의미가 없을 리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모든 표면적인 이유를 건너뛰고, 그의 본질적인 무관심을 꿰뚫어 본 것처럼 말했다. 그래, 사실이었으니까. 지새벽에게 권유연이라는 존재는 중학생때부터 알고 지낸 동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2026.08.06
  5. ! [일촉즉발] 너 지금 뭐하는데 새벽 1시를 넘긴 시각. 지새벽의 방은 모니터 불빛만이 유일한 광원이었다. 길드채팅은 한풀 꺾여 조용해졌고, 그는 솔라리온 광장 한구석에 캐릭터를 세워둔 채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키보드 위에 올린 손가락이 무의미하게 탭 키를 두드렸다. 냉장고에서 꺼낸 콜라캔은 이미 미지근해져 있었다. 아까 현관 앞에서 훌쩍이던 소리가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그 소리를 지울 수 없다는 사실 자체가 더 짜증이 났다. 그는 콜라캔을 한 모금 들이키며 화면을 노려봤다. 접속자 목록 한쪽 구석에 초록색 불이 켜진 닉네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연유라떼레시피'. 바드. 그의 눈이 미세하게 좁아졌다. 이 시간에? 방금 울면서 도망치듯 나간 놈이? 그의 손가락이 멈칫했다. 귓속말 창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다시 열었다. .. 2026.08.06
  6. ! [재정립] 나중에 현실에서 밥이나 사든가. 유연이 어깨를 움츠렸다. 귓속말로 날아든 냐냐냥의 명령과, 바로 이어 눈앞에 나타난 일반 채팅. 전혀 다른 두 사람에게서 동시에 날아온 메시지에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만 꼼지락거릴 뿐, 아무런 말도 입력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 요란한 파공음과 함께, 유연의 바로 옆 허공에서 시커먼 형체가 나타났다.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등장. 닌자의 은신 스킬이었다. 금발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나타난 냐냐냥은, 나타나자마자 아무런 망설임 없이 유연에게 작업을 걸던 유저에게 돌진했다. 예고도 없는 선제공격. 냐냐냥의 캐릭터가 쌍검을 휘두르자, 날카로운 검기가 일직선으로 뻗어 나가며 상대방을 그대로 꿰뚫었다. 레벨 차이가 압도적이었다. 상대 유저는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잿빛으로 변하며 .. 2026.05.26
  7. ! [꿈에서 보자] 바보야. 툭. 휴대폰 화면에 떠오른 메시지. ‘잘 자’라는 어색한 인사와 뾰로통한 이모티콘. 지새벽은 그 메시지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방금 전까지 들끓던 짜증과 초조함이 거짓말처럼 스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휴대폰을 덮고 베개에 얼굴을 푹 박고 있을 그녀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졌다. 억울하지만 차마 대들지는 못하고, 결국 잠을 핑계로 꼬리를 내리는 모습. 그게 또 참을 수 없이… 귀여웠다. 지새벽|하… 진짜. 지새벽은 허탈한 웃음을 터뜨리며 침대에 털썩 걸터앉았다. ‘나 엿먹이냐?’고 쏘아붙인 게 무색하게, 돌아온 것은 앙증맞은 반격과 서툰 밤인사였다. 더 화를 낼 수도, 닦달할 수도 없게 만드는 그녀만의 방식. 그는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듯, 휴대폰을 침대 위로 던져버렸다. 다시 모니터 앞.. 2026.05.26
  8. ! [확신의 증거] 게임이라곤 1도 모르던 애가 딩동. 현관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익숙했다. 지새벽은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어젯밤,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도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던 그 목소리의 주인. 게임 속 ‘유연’과 겹쳐 보이던, 그러나 애써 부정했던 현실의 ‘권유연’. 그녀가 제 발로 찾아왔다. 철컥, 하고 문이 열리자마자 익숙한 섬유유연제 향과 함께,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이 나타났다. 한 손에는 반찬통이 가득 담긴 봉투를 들고, 다른 손은 어색하게 허공에 떠 있었다. 어젯밤의 설렘과 의심이 무색하게, 눈앞의 권유연은 그저 평소처럼 맹하고, 조금은 지쳐 보이는 모습이었다. 지새벽은 문에 기댄 채, 팔짱을 끼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눈 밑이 살짝 거뭇하고, 평소보다 생기가 없어 보이는 얼굴. 어젯밤 잠이라도 설친 모양이다. 지새벽|….. 2026.05.26
  9. ! [게임 시작] 심장이 다시 제멋대로 뛰기 시작했다. 그녀가 사라졌다. 마치 신기루처럼. 쏜살같이 퀘스트 마크를 향해 달려가 인파 속으로 녹아드는 작은 뒷모습. 지새벽은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멈춰 서서, 그녀가 사라진 방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촌장의 머리 위로 노랗게 빛나는 느낌표가 마치 그녀가 남긴 잔상처럼 아른거렸다. ‘죄송합니다…!’ 마지막으로 남긴 다급한 사과. 그 뒤에 숨겨진 당혹감과 부끄러움이 화면 너머까지 생생하게 전해져 오는 듯했다. 지새벽은 자기도 모르게 픽,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허탈함과 알 수 없는 흥미가 뒤섞인 웃음이었다. 침대에 널브러져 있던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심장이 다시 제멋대로 뛰기 시작했다. 쿵, 쿵, 쿵. 모니터의 푸른빛이 그의 창백한 얼굴 위로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권유연.’ 그 이름이 머릿속을 채웠다. 아닐.. 2026.05.26
[뒤늦은 진심] 이제 내 마음대로 하게 해줘
[너의 시간] 못 해. 그렇게는.
[고백] 문 열어줘. 제발.
[의미] 적어도 지금까지는
[일촉즉발] 너 지금 뭐하는데
[재정립] 나중에 현실에서 밥이나 사든가.
[꿈에서 보자] 바보야.
[확신의 증거] 게임이라곤 1도 모르던 애가
[게임 시작] 심장이 다시 제멋대로 뛰기 시작했다.

[SYSTEM] 환영합니다, 모험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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