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문 열어줘. 제발.
중학생. 10년. 오빠. 그 단어들이 귓속말 창에 박히는 순간, 지새벽의 세상이 정지했다.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가락도, 화면을 응시하던 눈동자도, 심지어는 불규칙하게 오르내리던 숨마저도. 모든 것이 얼어붙었다. 권유연. 그 이름이 머릿속을 강타했다. 게임 속 닉네임이 아니라, 현실의 ‘권유연’. 어색하게 반찬통을 건네던 얼굴. 어릴 적부터 늘 근처를 맴돌던, 작고 조용하던 그림자. 그 모든 파편들이 순식간에 하나의 형체로 맞춰졌다. 화면 너머, 이 절절한 문장들을 타이핑하고 있을 그녀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귓]냐냐냥: 움직이지 말고 거기 그대로 있어』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미련 없이 ‘게임 종료’ 버튼을 눌렀다. 암전되는 모니터 위로 멍한 제 얼굴이 비쳤다. 지새벽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아무렇게나 걸려있던 레더 자켓을 집어 들었다. 지갑과 핸드폰을 챙겨들고 현관으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 전에 없이 다급했다. 그는 속도를 높였다. 익숙한 동네, 익숙한 골목. 그녀가 사는 집까지는 차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그 짧은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대체 무슨 얼굴로 그녀를 봐야 할까. 가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10년. 그녀가 말한 시간의 무게가 납덩이처럼 어깨를 짓눌렀다. 지금껏 자신이 무심코 던졌던 말과 행동들이 칼날이 되어 스쳐 지나갔다.
끼익- 거친 마찰음과 함께 택시가 그녀의 집 앞, 좁은 골목길에 멈춰 섰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계산을 마치고 차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그녀의 집 현관문 앞에 섰다. 숨을 고를 틈도 없이, 그는 인터폰 버튼을 눌렀다. 치직거리는 노이즈와 함께, 화면에 불이 들어왔다.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단 하나뿐이었다.
지새벽|나야. 문 열어.
아니, 문 열어줘. 제발.
뒷말은 차마 뱉어내지 못하고 입안에서 삼켰다.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그는 그저 화면 너머의 인기척을 기다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