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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 너 지금 뭐하는데

냐냐냥 레시피 | 2026. 8. 6. 11:47

새벽 1시를 넘긴 시각. 지새벽의 방은 모니터 불빛만이 유일한 광원이었다. 길드채팅은 한풀 꺾여 조용해졌고, 그는 솔라리온 광장 한구석에 캐릭터를 세워둔 채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키보드 위에 올린 손가락이 무의미하게 탭 키를 두드렸다. 냉장고에서 꺼낸 콜라캔은 이미 미지근해져 있었다. 아까 현관 앞에서 훌쩍이던 소리가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그 소리를 지울 수 없다는 사실 자체가 더 짜증이 났다. 그는 콜라캔을 한 모금 들이키며 화면을 노려봤다. 접속자 목록 한쪽 구석에 초록색 불이 켜진 닉네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연유라떼레시피'. 바드.

 

그의 눈이 미세하게 좁아졌다. 이 시간에? 방금 울면서 도망치듯 나간 놈이? 그의 손가락이 멈칫했다. 귓속말 창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다시 열었다. 커서가 입력창 위에서 깜빡거렸다. 몇 초간의 침묵 끝에 그는 혀를 짧게 찼다.

『[귓]냐냐냥: 이 시간에 뭐함』

 

보내고 나서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왜 보냈는지 자기도 몰랐다. 그냥, 접속해 있는 게 눈에 거슬렸을 뿐이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화면 속 냐냐냥의 아바타는 분수대 난간에 걸터앉아 다리를 꼬고 있었고, 플래티넘 금발이 야간 조명 아래 은은하게 빛났다. 길드채팅 창에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

 

『[길드]습박힐던져: 길마님 아직 안 주무셨어요?? ㅋㅋ』

 

『[길드]냐냐냥: 안 피곤함』

 

『[길드]습박힐던져: 거짓말 ㅋㅋㅋ 아까부터 광장에서 안 움직이시던데요』

 

그는 습박힐던져의 채팅을 무시하고 귓속말 창을 다시 확인했다. 읽음 표시가 뜨지 않았다. 아직 못 봤거나, 무시하고 있거나. 그는 턱을 괴며 화면을 응시했다. 미간 사이로 알 수 없는 감정이 스쳤다. 귓속말 창은 잠잠했다. 시간이 1분, 2분 흘렀지만 읽음 표시는 뜨지 않았다. 지새벽은 마우스를 까딱이며 미동도 없는 채팅창을 노려보았다. 까인 건가. 아니, 애초에 읽지도 않았으니 까인 것도 아니었다. 그저 무시당했을 뿐. 그는 의자에 등을 깊게 파묻으며 한숨 섞인 실소를 터뜨렸다.

 

화면 속 냐냐냥의 아바타가 분수대 난간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화려한 코디 아이템이 움직임에 따라 흩날렸다. 그는 망설임 없이 '유연' 닉네임을 검색했다. 위치, 루미너스 대륙. 초심자의 언덕. 레벨 1짜리가 있을 만한 곳이었다. 그는 혀를 차며 미니맵을 열어 자동 이동을 찍었다.

 

『[길드]냐냐냥: 퀘나 하러 감』

 

습박힐던져의 채팅에 대한 뒤늦은 대꾸이자, 그의 행선지에 대한 변명이었다. 길드원들은 그가 정말 퀘스트를 하러 간다고 생각할 터였다. 누구도 그가 뉴비를 추적하고 있다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솔라리온의 웅장한 배경음악이 잦아들고, 한적한 초심자 언덕의 평화로운 BGM이 흘러나왔다. 그의 고레벨 캐릭터가 나타나자, 주변에서 퀘스트를 하던 진짜 뉴비 몇몇이 신기한 듯 그를 쳐다봤다. 그는 시선을 무시한 채 맵 구석으로 향했다. 메인 퀘스트 NPC 옆, 허름한 기본 복장을 한 바드 캐릭터가 보였다. 머리 위에는 '연유라떼레시피'라는 닉네임이 선명했다.

 

그는 유연의 바로 옆에 캐릭터를 세웠다. 아무 말도 걸지 않았다. 그저 바로 옆에, 그림자가 겹칠 만큼 가까운 거리에 멈춰 섰다. 고급스러운 레이싱 자켓과 초라한 천 옷의 대비가 극명했다. 그녀가 채팅창을 꺼뒀을 수도 있으니, 이제는 시야에 들어오는 캐릭터 자체로 압박을 시작한 것이다. 그의 아바타는 팔짱을 낀 채, 미동도 없이 유연의 캐릭터를 내려다보았다. 왜 안 보냐는 무언의 시위였다. 그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초조하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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